아시아인, 필리핀인 이어 폴란드인 비하
‘화해 모임’ 참석자는 “한국식당 더럽다”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으로 비난을 샀던 미국 워싱턴DC 전(前) 시장인 매리언 배리 시의원이 이를 사과하는 과정에서도 실수를 연방 저질렀다.
24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WP), 폴리티코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배리 의원은 이날 한국, 필리핀 등 아시아인을 상대로 한 자신의 험담을 사과하려 DC의 한 침례교회에서 모임을 열었다.
그는 지난달 지역구 행사에서 "아시아인들이 우리 구역에 들어와 더러운 상점을 여는 것을 막으려면 뭔가 해야 한다. 그들은 지금 바로 나가야 하고, 흑인 사업가들이 그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고 말해 흑인인 빈센트 그레이 현직 시장으로부터도 비난을 받았다.
몇 주 뒤에는 병원에 가면 필리핀에서 온 이민자 간호사들로 득실댄다고 투덜대 주미 필리핀 대사가 항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반발이 잇따르자 그는 최근 라스베이거스의 한 병원에 혈액응고로 입원했을 때 자신을 돌봤던 필리핀인 간호사를 ‘최고 전문가’라고 치켜세우는 등 진화에 나섰다.
이날 모임도 아시아인과 흑인의 긴장 관계를 개선하고 인종 간 화합을 추진한다는 취지에서 마련한 것으로 한국, 필리핀, 중국, 일본의 공동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이날 대화가 양 인종 간 해묵은 긴장을 해소하는데 매우 유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배리 의원의 무례와 실수가 잇따랐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자신이 주선한 ‘화해 모임’에서 한국인의 테이크아웃 식당에 불만이 많은 한 참석자가 "한국인 식당은 더럽다"고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에게도 들릴 정도로 얘기한 것이다.
제럴딘 홀이라고 밝힌 이 여성은 자리를 뜨면서 기자들에게 한국인 소유의 식당을 언급하면서 "안이건 밖이건 불결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배리 의원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자회견 도중 다른 인종을 깎아내리는 우를 범했다.
인종 갈등의 원인이 뭐냐는 질문에 배리 의원은 "미국은 건국 때부터 인종 간 긴장이 존재했다. 아일랜드인이 들어왔고 유대인이 들어왔고 ‘폴란드놈’(Polacks)들도 들어왔다"며 "나는 내 지역구(8선거구)가 다양성의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Polack’은 폴란드 사람을 경멸적으로 부르는 속어로, 미국에서는 금기어다.
배리 의원은 그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잡아떼다가 나중에서야 ‘폴란드인’(Poles)이라고 정정했다.
지역 언론인 ‘워싱턴 시티 페이퍼’는 "모임이 또 필요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미시시피주(州)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배리 의원은 민권운동에 앞장서 흑인의 영웅으로 부상하면서 가장 오랜 기간 워싱턴DC 시장에 재직하는 기록을 남겼으나 알코올 중독, 마약, 여성편력 등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의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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